독일·프랑스, ‘정치적 진공 상태’···커지는 EU 리더십 부재

2025-01-02


프랑스와 독일이 정치적 진공 상태에 빠지면서 유럽연합(EU) 전체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파고 속에서 산적한 안보·경제적 도전 과제와 내부 갈등까지 겹치며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는 독일 연방의회에서 불신임당했다. 이날 의회는 숄츠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쳤고, 그 결과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됐다. 숄츠 총리는 즉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찾아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차기 총선은 기존 내년 9월에서 2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으로 출범한 ‘신호등’ 연립정부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달 친기업 성향의 우파 자유민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신임투표와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숄츠 총리는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사민당 지지율이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독일 정치권은 당분간 혼란과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함께 EU를 이끌어 온 프랑스의 정국 역시 혼란에 빠진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이 불신임안 통과로 붕괴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13일 프랑수아 바이루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지만, 의회 내 극심한 여야 대치로 새 정부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프랑스는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안보와 경제적 도전 과제가 쌓여가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EU가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EU를 주도하는 독·프의 정국 혼란은 러시아의 위협, 경제 회복, 안보 강화라는 핵심 과제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20일 공식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큰 위험 요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동맹을 중시한 외교 전통을 유지했던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고립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지도자다. 특히 그는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 안보 기여 불균형 논리를 꺼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안보를 책임지면서도 무역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나토 탈퇴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며 유럽 안보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절친’으로 떠오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역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던 유럽 각국에서 멜로니 총리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이탈리아가 유럽의 핵심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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