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동 외교 실패에 적대국 이란과 협력 강화하는 아랍 국가들

2024-10-28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된 이후 미국이 중동 내 휴전 협상에 번번이 실패하는 등 지역 내 긴장 완화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과 가까운 아랍 동맹국들이 그간 적대국으로 여겼던 이란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세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관계를 복원하며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1년 내 11번째 중동행에 오르며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을 기회로 삼아 가자 전쟁 휴전을 성사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확전 자제 촉구에도 불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에 대한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 미국 관리들 사이 휴전 달성 기대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 에너지의 밥 야거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로이터에 "가자 전쟁 이후 블링컨 장관이 11번째로 중동을 방문했지만, 휴전 달성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아랍 국가들은 이란과의 외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간 수니파인 아랍 국가들은 시아파인 이란을 적대국으로 여겨왔다. 이스라엘,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저항의 축' 지원을 통한 중동 내 영향력을 견제해 온 탓이다.

다만 지난 한 달간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아랍 국가들과 전방위 외교활동을 펼쳤고 실제 이 같은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CNN은 "이란과 수십 년간 지역 영향력을 놓고 싸워왔던 아랍 국가들이 이제 다시 이란과 협력하기로 마음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 이는 지난 한 달 사이 사우디와 이란 관리들 간 이뤄진 세 번째 만남이었다. 양국은 오랜 기간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과거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중동의 새로운 히틀러"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한 아락치 장관은 암만에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만남을 가졌으며 이례적으로 이집트를 방문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이어 그는 도하에서 카타르 총리와 무스카트에서는 오만 외무장관, 마나마에서 바레인 국왕과도 회담을 가졌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쿠웨이트시티에서 사바 알 사바 쿠웨이트 왕세자와 만난 후 "우리의 모든 친구가 그들의 영토와 영공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해 주었다"며 "우리는 지역 내 모든 국가로부터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이란은 걸프 국가들에 이스라엘의 공격에 영공, 군사기지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걸프 국가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서방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6개국이 포함된다.

CNN은 이들 국가가 이란의 지역 영향력을 약화할 기회를 엿보면서도 이제는 중립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외교위원회의 친지아 비앙코 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의 우선순위는 지역 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들은 표적이 되거나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양측, 특히 이란과의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러한 시나리오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10일에는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달라고 미국 측에 로비하고 있다는 로이터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들 국가는 이란 석유 시설이 타격받을 경우,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이 자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해부터 수행해 온 가자지구에 대한 작전에 이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강행하면서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란의 '저항의 축' 세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일부 전문가는 일부 걸프 국가들이 이를 반기면서도 이스라엘의 통제 불가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하산 알하산 중동 정책 선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걸프 국가들이 헤즈볼라가 약화되고 지도자가 제거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이 얼마나 무모한지, 그들의 전략적 목표가 얼마나 불분명한가를 감안할 때 전쟁이 끝난 후 지역의 균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더 큰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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